클루지 (1) : 진화심리학에 관심을 갖다
가장 고등한 생물인 인간은, 완벽하고 정교한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걸까요? 인간의 사고능력, 추론 능력, 그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월등한 문명을 보면, 사람과 기타 "나름 고등한" 생물 사이에는 넘사벽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읽고 있는 "클루지"라는 책에서는 전혀 다른 주장을 만날 수 있어서, 꽤 신선했습니다.
<클루지> 라는 책의 저자는 인간이 저지르는 수많은 인지 오류의 원인을 진화적인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클루지"는,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가 아닌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꾸역꾸역 찾아낸 해결책의 조합"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진화가 "완벽하게 정교한 설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장구한 진화의 과정에서 그때그때 최적이라고 여겨진 조합이 누적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는군요.
예를 들어 척추 하나로 큰 몸뚱이를 지탱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신체 구조는, 그것이 완벽한 설계라서가 아니라 진화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라는 식이지요.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의 불완전성을 심리학에 적용해서 설명하혀 했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육체가 다분히 클루지인 것처럼, 인간의 마음도 클루지라는 것이지요.
인간의 고등한 사고능력을 봤을 때, 우리의 마음과 이성이 '얼기설기 짜여진 진화의 산물'이라고 여기기는 언뜻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수시로 저지르는 다양한 심리적 오류, 그리고 일시적(또는 영구적)으로 겪는 정신질환, 심리적 장애 등을 예시로 들면서, 이것이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조합된 신경체계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정교하고 의도적으로 설계된 공학적 산물이라면,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부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설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챕터별로 소개를 드려 보겠습니다만,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불경건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믿는 신의 존재와 과학적 관찰의 결과는 결코 충돌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는 걸 믿기 때문에, 확신과 담대함을 가지고 지적 탐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