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읽기 2017/07/02 -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최근 정부의 대북 대일 정책을 보면서 상당한 의아스러움이 있었다. 현존하는 실질적인 위협인 북에게는 관대하면서 , 왜 자유세계의 우방인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 적대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일까? 과거사 문제만 해도 일제의 침략보다 북한의 남침이 훨씬 더 가까웠던 사건이고, 일본은 마지못해, 형식적으로나마 반성의 뜻을 표한 적이라도 있는데 북은 남침에 대해 사과는커녕 그 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북한은 지금도 실제적으로 대한민국을 적화시킬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고, 공공연하게 대놓고 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소한 일본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의식해서라도 대놓고 침략 전쟁을 추구하지는 않잖은가?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도 궁금했다.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은 왜 그렇게 밉상질을 하는 것일까? 왜 실현되지도 않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어그로를 끄는 것일까?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취하면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이 추구하는 국가적 목표랄까, 비전은 무엇일까?
최근 호사카 유지 교수의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고 하는가" 라는 책을 읽었다. 일본에 대해서 조금 달리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겉으로는 자유 세계의 우방 국가인 것 같지만, 속으로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며 실제로 (전쟁을 포함하여) 지역내 패권을 행사할 목적과 의사를 가지고 군사적 굴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
책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룬다.
1. 일본 극우 집권세력이 어떻게 치밀한 전략과 플랜을 가지고 제국주의로의 회귀를 도모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를 제어할 만한 정치적 견제 수단이 과연 존재하는지.
2.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극우파의 일본에게 한국은 첫 번째 먹이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 히틀러가 유대인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탄압했듯.
3. 강제징용자 배상청구권 판결의 정당성, 그리고 일본정부가 취한 조치의 법적 / 논리적 모순.
4. 일본의 극우 보수 정치꾼들의 뿌리가 대체 어디인지, 어떻게 그들이 일본 정치계의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는지, 누가 그들을 후원하고 돕는지.
그 외에도 일본 내의 한류의 역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실체, 앞으로 일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제언 등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아직 읽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참 ... 생각이 많아졌다.
1. 일본의 실체에 대해 좀더 공부해 보아야겠다. 그냥 단순한 이웃 나라, 또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우방 국가로만 여겨서는 안 되겠다. 일본은 오히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정치적 / 경제적 리스크일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북한 못지 않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국가인 것 같다.
2. 예전엔 친일이냐 친북이냐... 하는 정치적 프레임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종북 좌파는 현존하는 위협이지만 친일파라는 네이밍은 정치적 공격을 위한 허구의 개념인 것으로 여겼다. (일본제국이 패망한지 70년도 넘었는데 누가 나라를 일본에 팔아 넘긴다는 말인가.) 그런데 북한 못지않게 일본의 군사적 위협도 엄연히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니, 친일파가 그냥 단순한 허구의 단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요즘은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워낙 거룩하게 취급되다 보니 민주주의가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민주주의 원리에 따르면 선한 결과가 자동으로 도출될 것이라는 가설은 허구이다. 정치권력이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지만, 그 "대중의 의사"라는 것이 정치가들이 짜 놓은 프레임에 의해 얼마든지 제한되고 각색되고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원하시는 것을 자유롭게 드실 수 있습니다. 짜장면, 짬뽕 중에서요!!... 짜장면을 선택한 고객은 짜장면을 "좋아하고" 짬뽕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라는 게 사실상 얼마나 취약한 정치 체제인지, 민주주의가 독재나 전체주의로 얼마나 쉽게 변질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유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자유주의자들이 왜 그렇게 민주주의를 경계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4. 북한도, 중국도, 일본도, 그리고 바다건너 미국도, 동북아시아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어찌 우리 나라만 이렇게 평화 평화를 외치고 있는지? 우리는 스스로 평화를 지킬 힘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집권자들이 이야기하는 평화, 평화가 유약함의 또다른 표현은 아닌지? 우리가 외치는 평화가 주변국의 선의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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