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월요일 휴직1일차
긴 휴식을 시작하다
오늘부터 휴직 직장인으로서 휴직 일기를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1/17) 은 제 육아 휴직 첫째 날이었습니다. 공식적인 휴직 시작일은 2월 20일이지만, 2022년 들어 새로 생긴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하고 휴식하고 싶어서, 지난 월요일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했어요. 앞으로 300일 좀 넘는 기간 동안 집에 머물면서, 몸과 마음을 쉬면서 요양을(?) 해 보려고 합니다.
아빠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
휴직을 결심하게 된 것은, 그냥 몸과 마음이 좀 지쳤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에요. 1년 정도 쉬면서 리프레시도 하고, 에너지도 재충전해서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싶었습니다.
스트레스 없는 직장 생활은 없겠지만, 고도의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감정적으로 예민해지고 까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문제는, 그것이 직장 안에서만 그러면 괜찮은데 점점 그런 태도가 내 성격과 인격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국가에서 제공하는 육아휴직은, 초등학교 2학년 재학중인 아이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때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았습니다. 더 지나가면 (물론 둘째 아이 육휴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건 만약을 위해서 남겨 놓기로 하고요.
돈은? 커리어는 어떡하고?
육아휴직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었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시겠지만... 생활비, 대출금, 공과금 같은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따라서 소요 예산을 면밀하게 세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것저것 다 합해서 4000~50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 같아 보였고, 모아놓은 돈과 연말 보너스, 그리고 다달이 나오게 될 육아휴직 수당 등을 합치면 어느 정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 감당이 안되면 집값 좀 덜 올랐다고 생각하고 대출을 받을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도 이 시점에 육아휴직을 쓰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많이 들었지만, 제가 존경하는 까마득한 선배 부장님께서 격려를 해 주셨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지금쯤 한번 쉬어 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셔서, 용기를 가지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육아휴직을 결심하신 분들의 후기가 너무 좋았어요. 유튜브나 많은 블로그에서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신 분들의 후기도 너무 좋았고, 실제로 알고 있는 한 지인 분도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잠시 일을 떠나 있으니, 건강도 회복하고 삶의 질을 올리는 데도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 해 주시더라구요.
오랜만에 보낸 여유있는 아침
지난 월요일이 장기 휴직 첫 날이었습니다. 일요일 밤부터 기대가 되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아내가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아침에 아빠가 같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밥을 더 잘 먹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사실 아이들의 아침 시간이 어땠는지 잘 모르거든요. 아내가 말하기를, 첫째 아이 밥 먹여서 학교 보내고, 둘째 아이도 억지로라도 조금이라도 먹인 다음 옷 입혀서 등원 시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어제는 아이들이 끝까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다 먹었는데, 아빠가 있으니 아이가 달라진 거 같다고 아내가 이야기 해 주어서 뭔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
첫째 아이는 아홉시 전에 등교하고, 둘째 아이도 아홉시 조금 넘어서 어린이집 버스 태워서 출발시키면 아침 전쟁이 일단락지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내 혼자서 감당했을 시간이 참 힘들었을 것 같네요. 원래는 아이들 보내놓고 나서 아내와 잠깐 집 앞에 공원에 가서 운동좀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모처럼 시내 서점 구경을 가고 싶다고 해서 시내에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의 데이트
이천에는 큰 서점이 없기 때문에, 판교까지 나가서 현대백화점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책 구영을 하고, 구매하고 싶은 책들을 찜 해 놓았습니다. 점심에 회전초밥을 몇 접시 같이 먹고, 한시 반 정도에 아내 출근을 시켜 주니 제 시간이 조금 생겼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놀았던 것은 아니고, 설거지도 좀 하고 집 정리도 좀 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구요. 아무튼 제가 설거지를 해 놓으니까 저녁식사 준비하는 데 아내가 훨씬 수월함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건 물론이고, 설거지는 꼭 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찬 저녁시간, 그리고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
평상시 저녁 시간에는, 아내도 일하고 들어오면 피곤하고.. 저는 늦게 퇴근하고.. 둘다 녹초가 되어서, 밥을 해 먹기보다는 시켜 먹는 경우가 많았었어요. 그러다 보니 건강에도 좋지 않고 뭔가 죄책감도 들고 (아이들에게는 집밥을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 ... 그런데 어제는 제가 집에 있으면서 미리 집안일을 좀 해 놓아서 그런지, 아내가 즐겁게 저녁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꼬막 무침이랑 콩나물국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어요. 아이들과 아침 저녁을 한 상에 앉아서 먹으니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저녁에 잠깐 아내와 마트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고 (이전에 맡긴 것도 찾아 오고) 다음날 찬거리를 사 왔습니다. 다녀 와서 아이들 씻기고 바로 잠자리에 드니 아홉 시 좀 넘었네요. ^^
평상시에는 제가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해야 하니까, 이렇게 잠들고 나면 다음 날 아침 전쟁(?)을 아내 혼자서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잠자리에 일찍 드는 것을 너무 아쉬워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잠자리에 들 준비도 늦어지고, 열한 시 열두 시에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어요. 그러면 다음날 피곤하고, 둘째 아이는 늦잠을 자서 어린이집 버스 놓치면 자가 등원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또 그나마 아내 혼자 보낼 수 있는 아침시간도 줄어들고. 뭔가 악순환이 계속되는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집에 있으니까, 일찍 잘수록 다음날 아침이 여유로워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찍 잘 동기가 충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 일찍 자니까 다음날 좀더 일찍 일어나고 아침이 프레시해지는 느낌도 있더라구요.
마치며
아무튼 별볼일 없는 육아휴직 첫날 일기를 마무리 해 보았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종종 육아휴직 일기 올려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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