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캠핑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 아쉬웠다. 그래도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기로 했다. 집에 있었으면 하루종일 TV를 보거나, 낮잠을 잤을 테니. 아쉬운 맘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아이가 묻는다.
"우리 어디가는 거에요?"
"응, 캠핑할 자리가 없어서 집으로 가고 있는거야"
"힝...ㅜㅜ"
거의 울상이다. 캠핑 간다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나왔는데 얼마나 실망이 클꼬 ... ㅎㅎ 장비 싣고 나왔는데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집 근처 복하천 수변공원 가서 당일캠 한번 하기로 했다.
캠핑에 다시 관심을 갖기 전에는 복하천 수변공원이 이렇게 캠핑족들이 많이 찾는 곳인 줄 몰랐다. 도착했더니 복하수변공원 근처 (공용화장실과 가까운 곳)은 이미 다 사이트가 꽉 찼다. 정처없이 뚝방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제2수변공원이라는 곳이 나왔는데, 이 곳은 상대적으로 한적한 편이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마침 좋은 자리에 있던 팀이 텐트를 철수하고 있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텐트를 쳤다. 처음에 비해서는 치는 시간이 굉장히 줄었다. 10분 정도만에 모양을 잡고, 나머지 사이트 구축하는데 추가로 15~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30분 정도에 사이트 셋팅한 정도면, 그래도 준수한 편인 것 같다.
이번에는 텐트 앞문에 달린 어닝을 다 펼쳐서 타프 대용으로 썼다. 업라이트 폴 두 개를 썼는데, 폴대 하나에 스트링 두 개를 쓰니 훨씬 튼튼했다. 그 동안에는 폴대에 스트링 하나씩만 연결했는데, 어떤 캠핑유튜버 분 타프치는 법 영상을 보고 배웠다. 이전에 한번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참고.
소 막창과 대창을 준비했다.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도 구웠다. 아직 캠핑장에서 요리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보니, 우왕좌왕했다. 텐트 안에 캠핑테이블을 설치해서 밥 먹기가 조금 편했는데, 음식준비 또는 조리를 위한 테이블이 하나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캠핑때, 날이 어두워졌을 때 바깥쪽에 조명이 없다보니 조리하기가 불편했다. 이번에 랜턴과 랜턴걸이를 준비했는데, 랜턴걸이가 있으니 가로등처럼 환하게 비출 수 있어서, 진짜 편리했다. 특히 Fixo 랜턴은 정말 밝았는데, 배터리 용량도 충분하고 사이즈도 컴팩트해서 그동안 써 오던 가스랜턴보다 훨씬 더 만족도가 높았다. 원래는 크레모아 랜턴을 사려고 했는데, 캠핑고래 사장님께서 가성비 차원에서 더 낫다고 추천해 주셨다.
밤에 텐트 안에서 아내와 차한잔 마시니 아늑했다. 아이들은 이너텐트에 넣어 놓으니 뒹굴거리면서 잘 놀았다. 더블 사이즈 자충매트 두 개 깔아 놓으니 이너텐트에 딱 맞았는데, 바닥이 다소 울퉁불퉁했음에도 전혀 돌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두께는 재 보지는 않았는데 5센티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밤이 되니 추웠다. 이제 동계로 접어드니 난방용품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이너텐트 안에 가스랜턴 하나 넣고, 전실에는 버너로 물을 끓였다. 습도도 적당히 보충되고 열기도 방사되어 훈훈했다. 이너텐트 안에는 더울 정도로. 아이들은 뒹굴거리다가 잘 참이었다.
아내가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잔다. 꽤 편안했나보다. 새벽에는 추울 것이고, 새벽에 철수하려면 힘이 들 것 같아서 잠을 자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 만족도가 높았다.
시내랑 가까운 곳이어서, 빵 배달을 시켜 먹었다. 위성으로 잡히는 위치와 행정구역이 상호간에 달라서 라이더분이 위치를 찾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배달비를 좀 더 달라고 하시기에 ... 배달비를 좀 더 드리고 빵을 먹었다. 캠핑장에서 배달도 되다니...
비록 서해바다는 아니지만, 집 근처에서도 즐거운 캠핑을 할수 있었다. 몇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 보자면,
1. 사전답사 필수. 장비준비, 재료준비와 함께 제일 중요한 사전준비 중 하나. 캠핑 장소까지 갔는데 자리가 없으면 그만큼 당혹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사전에 사이트별로 예약이 되는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2. 조리는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 프라이팬에 곱창을 구우면서 그릴에 삼겹살을 구우려니,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요리를 하지 못했다. 요리라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기.
3. 그릴은 이제 쓰지 말아야겠다. 번거롭고, 짐만 늘고, 두어 번 해먹고 나니까 이제 그만 쓰고 싶다. 먹는 것은 최대한 간소하게..... 어떤 분들은 군대 전투식량으로 대체한다던데, 그런 것도 좋고 이마트에서 파는 냉동 식량을 사서 간단한 가열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야겠다. 대신 과일과 간편한 간식을 충분히....
4. 키친용 테이블이 하나 더 있어야겠다. 바닥에 깔아놓고 쭈그리고 앉아서 조리를 하자니 너무 힘이 들었다. 생활용 테이블이 하나 있으니 앉아서 이야기하기도 좋고 밥 먹기도 좋았는데, 똑같은 모델로 키친테이블을 하나 구비해야겠다.
5. 일회용품과 조리용품 위치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셋팅해야겠다. 요리를 하다보니, 종이컵 어디있지? 집게 어디있지? 모기향은? 부탄가스는? 물건 찾느라 헤맨 적이 너무 많았다. 사전에 소모품과 일회용품 위치를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어야겠다.
6. 이제 난방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동계가 되어갈수록 캠핑 사이트는 조금씩 여유로워지겠지만, 트렁크는 점점 더 꽉꽉 차게 될 것 같다. 그 전에... 아내에게서 지출 승인이 나야 되겠지만... ^^
다음에는 새로 구매한 랜턴이랑 랜턴걸이 한번 리뷰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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