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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두 번째 출정 (2) : 서해바닷가 캠핑 대참사

by 데이빗_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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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캠핑 장소 폭풍검색

전날 연습삼아 짐을 다 적재하고 나서, 어디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캠장 검색을 해 보았다. 원래는 캠핑장을 먼저 예약하는 게 순서이겠으나... 연휴라서 어차피 유료캠핑장은 예약이 다 찬 지 오래이고, 어디 한적한 바닷가에 가서 텐트 치고 바람 쐬고 오는 게 목적이었으니 장소 선정에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그게 대참사의 화근이 될 줄이야... 그걸 미리 알았어야 했다. 

캠장 예약이 다 찼으니 노지 캠핑으로 방향을 정했다. 노지 캠핑은, 장소가 알려지면 캠핑족들이 몰려들어 쉽사리 더러워질 수 있어서 장소를 잘 공개하지 않는게 관례인 모양이다. 유튜브랑 블로그를 탐색해 보니까 내륙에 강가나 산 같은 곳에 노지 캠핑하기 좋은 포인트들이 많았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영상 중간에 잠깐 알려주는 정도였다. 물론 그 정도로도 검색해서 찾아가기에는 충분한 정보지만... 참고로, 노지캠핑 성지 유튜버 (한량부부 님) 영상 보니까 드론을 띄워서 항공 사진까지 찍어 주니 너무 멋져 보였다. 나도 언젠간 드론을 사서 항공사진을 찍어 보아야겠다는 생각.. (총알을 모아야겠다)

노지캠핑 성지는... 찾아가기가 좀 어렵고, 고객들을 모신 상태에서 만약 장소가 폐쇄됐다면 당황할 수도 있어서 (그리고 이미 공개된 곳은 성지가 아닐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가장 만만한 곳은 해수욕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궁평리해수욕장으로 결정. 

그 다음날 아침, 첫째아이 바이올린 보내고, 수업하는 동안에 고기랑 상추 등을 사고, 무심한 듯(?) 퀵하게 상추를 씻어서 빠르게 차에다 챙겨 넣고, 출발을 외쳤다. "정해놓은 곳 있어?" 물론이죠.  난 다 계획이 있었다구요. "바다나 보러 갈까?"

 

이때까지는 아주 즐거웠다.

이천에서 남양까지는 1시간 40분정도 걸렸다. 차가 밀리지는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멀다보니... 아내 뒷자리에 앉은 큰아이는 1분 간격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본다. 멀미를 하는 건가? 나도 어릴 때 차 타는 거 힘들어했던 것 같다. 키미테를 붙여야 하나...멀미약을 먹이고 출발해야 하나...

차는 밀리지 않고 쾌적하게 드라이빙을 했다. 루프백도 별다른 풍절음 없이 잘 버텨 주었다. (저 위에 사진 보면 .. 손잡이에 칭칭 감겨 있는 텐트스트링이 루프백 고정한 흔적이다. 루프백에 이지웨빙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일단 임시적으로 텐트스트링을 문틀에 끼워서 고정해 주었는데, 그럭저럭 쓸만은 했다. 이번 주에 빨리 주문해야지.

대참사!!

궁평리 해수욕장까지는 안 밀렸는데, 해수욕장에 사람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여름이 아니니 해수욕장에 많이는 없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완전한 오산이었다. 난민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차 세울 곳도 없었다. 차박지 안쪽까지 계속 들어갔...(다기 보다는 차량 행렬에 밀려서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 세울 곳도 없어서 되돌아 나왔다. 나오는 길에 모래밭이 있었는데 그 안에 앞바퀴가 빠져서 계속 헛돌고... 극히 당황스러운 순간.. 주변에 캠핑하시던 분들이 차를 밀어주기도 하셨는데 결국 바퀴는 헛돌고 차는 빠져나오질 않았다. 보험사를 불러야 하나 했는데 마침 주위에 캠핑하시던 분 중에 오프로드에서 잘 달릴 것 같은 거대한 지프차를 (차종은 정확히 못 봤음... 당황해서) 동원하셔서 내 차를 끌어내 주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아무튼 제대로 감사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먼지는 흠뻑 뒤집어 쓰고... 나는 이미 멘탈 가출했고, 아내도 이미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면서 장소를 찾았는데.... 아내가 집에 가고싶어해서 일단 이천으로 회차를 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캠핑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기도 했고.... 일단 그렇게 이천으로 돌아왔다.

 

반성 ㅜㅜ

일단 휴일에 캠핑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게 오산이 아니었을까. 꼭 휴일에 캠핑을 가고자 했으면 2~3주 전에 미리 캠핑장 사이트를 예약했어야 하는데, 10월 10일 이렇게 좋은 기온에 햇살에, 해수욕장에서 텐트를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체가 실패를 계획한 것이었다. 학창시절 캠핑할 때와 달리, 지금은 캠핑하는 사람들이 정말정말 많아졌고, 더구나 궁평리 같은 곳은 서울,인천,경기 주요도시들에서 매우 가까워서 접근성도 아주 좋은 곳이니, 휴일에, 그것도 연휴에, 이른 아침도 아니고, 늦은 오후에 가서 텐트칠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체가 큰 잘못이었다. 다음부터는,... 가급적 휴일에는 캠핑하지 않는걸로, 그리고 반드시 사전에 유사한 상황에서 답사를 가야 한다는 점....

장비는 미리부터 준비한 결과 준비 과정은 그럭저럭 순조로웠는데, 준비의 범주에는 장비나 물건뿐 아니라 장소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쉼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장소까지 미리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당분간은 확실히 아는 장소 위주로 다니고, 겸사겸사 답사와 여행을 겸해서 후보지를 물색해 놓아야겠다. 

장소 선정에 실패한 이유를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꼭 겪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리 예상해 보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다행이라면 그날 텐트를 못쳐보고 그렇게 끝난건 아니었다는 점.

 

그날 저녁 캠핑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써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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