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다시 시작한 계기
아저씨가 되다보니 약간 "갬성"이 생긴 모양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뭔가 두근두근하고, 허파에 바람이 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바람도 쐬고 싶고 어디 놀러도 가고 싶고 그런 기분이 좀 든다.
여행도 2~3년간 어디 못 갔으니 하다못해 제주도라도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보통 때 같았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2박3일 정도 호텔 잡아서 여행을 다녀왔을 텐데, 요새는 코로나가 창궐하다 보니 호텔도 좀 못미덥고, 남이 덮던 이불, 남이 쓰던 욕실 쓰는게 위생상 좀 찝찝하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이 캠핑. 완벽히 안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장비에서 내가 자는 거니까 다른 사람하고 섞일 염려도 적고, 호텔처럼 편리하지는 않더라도 최대한 장비(?)의 힘을 빌려서 편리함을 추구하면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학생 때는 캠핑을 종종 다녔다. 신혼시절 아내가 첫째를 가졌을 때도 몇번 갔었는데, 첫째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7년 가까이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애들이 어리니 케어하기도 어렵고, 위험하기도 하고... 가고 싶긴 한데 여건이 되질 않으니 캠핑 블로그, 유튜브 눈팅만 하면서 간접경험만 하던 차였다.
아저씨 "갬성" + 코로나 핑계 + 시원한 날씨 + 애기들도 어느정도 자랐으니 → 다시 캠핑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에 창고형 캠핑용품 매장 "캠핑고래" 가 생겨서 한번 가 보았다. 거실형 텐트 "폴라시스 레오" 가 전시되어 있길래 살펴보니 4인가족 넉넉하게 생활하기 괜찮은 것 같아서, 아내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품절이어서 구매는 다른 곳에서 했지만 ㅜㅜ) 아내 입장에서는 캠핑이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힘들기도 할 텐데, 나보다도 더 적극 호응해 주어서 매우 땡큐. ^^
첫 캠핑 후기
지난 추석연휴 때 하루 시간을 잡아, 이천 복하천 수변공원에서 평상시 존경하는 믿음의 선배 부부와 함께 저녁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원래는 감사하게도 집으로 초대를 받았는데, 번거로우실 것 같기도 하고 마침 텐트도 한번 피칭해 볼 생각에 급히 번개를... 먼저 자리를 잡고 셋업을 해 놓은 뒤 저녁에 지인 분들이 합류하시는 일정이었다.
사전에 고기 구워먹을 숯불 그릴이 제대로 다 준비되지 않아서 당일에 그릴을 사려고 돌아다녔는데, 파는 곳이 없어서 무척 당황했다. 음식 준비도 사전에 면밀하게 계획되지 않다보니, 그냥 닥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저녁 때 추가적으로 장을 보아야 했음...... 연휴다보니 사람이 너무많아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고, 새로 산 텐트의 설치가 익숙하질 않아서 엄청 허둥지둥 했다. 결국 옆 사이트 캠퍼아저씨께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설치 완료... 짐도 엉망으로 적재되어 있어서 정리도 안되고, 나름 유경험자(?)로서 익숙하게 뭔가 하는 모습... 같은건 아예 없었고, 너무 오랜만에 출정하다 보니, 그냥 완전 초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다. 얼마나 준비되지 않았으면, 제대로 찍은 사진 하나도 없었을꼬. 당일 캠핑을 끝내고 짐 적재할 때도 어둡기도 하니 그냥 아무렇게나 차 트렁크에 쑤셔 넣다시피 해서 우여곡절 끝에 첫 캠핑은 마무리.
그래도 좋은 추억도 남기고, 뭔가 시작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상쾌했다. 아이들도 밖에 나오니까 좋아하고.. 특히 카페나 식당 같은 장소가 아닌 나름대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오랜만에 같이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하니 만족스러웠다. 함께하신 분들께는 많은 폐가 된 것 같지만.. ㅜㅜ 처음이라 어수선했고, 내가 초보 캠린이로서 워낙 어설프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도와 주시느라 힘을 꽤 쓰셨다. "다음엔 집으로 와요, 고기 맛있게 구워 줄테니까 ^^" 넵 담엔 꼭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 ^^
느낀 점
- 장비는 사전에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 텐트치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 적재함이 너무 부족하다. 테트리스를 잘 할 수 있도록 계획이 세워져 있거나, 공간 확장을 위해 자동차 루프백 필요.
- 다음번에는 이너텐트를 한번 쳐 보아야겠다.
- 가스랜턴은 깨지기가 쉬워서 요새 대세(?)인 LED 랜턴을 하나 구매해야겠다.
- 전체적으로 조명이 부족한듯 하다. 어두울때 밖에서 고기 구우려면 야외용 / 실내용 하나씩 조명이 있어야 할 듯.
- 바닥에서 밥을 먹으니 난민 같다. 나름 고급진 캠핑을 위해서 테이블이 필요함.
- 릴렉스체어 두개밖에 없으니 아이들이 앉을 곳이 없으므로 자그마한 접의식 의자를 두개 더 사야겠다.
- 라이터는 필수적으로 구비해야겠다. 라이터가 준비되지 않아서 버너에 불을 켜고, 토치로 옮겨 붙이고 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웠다.
▼ 복하천은 양쪽으로 공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캠핑을 많이 한다. 수변공원 쪽은 그래도 화장실이 가까이 있어서 사람이 더 많은 편. 이미 여기는 공원 안쪽부터 다 차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다.
▼ 복하천 건너편쪽은 그나마 조금 자리가 있을수도 있는데, 여기라고 한적한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엔 화장실이 멀어서 선호도로 따지면 건너편보다는 못하다. 여기도 강남 강북 차이가 있구나. 그런데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서 아주 멀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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